부활절 휴가 후 국정에 복귀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야당 지도부의 사생활을 비방하는 이메일을 유포했다 사임한 보좌관 때문에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운 총리의 최측근 보좌관 중 하나인 대미언 맥브라이드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와 조지 오스본 예비내각 재무장관의 사생활에 대한 추잡한 이야기를 기록한 이메일을 유포했다 들통이 나 물의를 빚자 지난 11일 사임했다.

그러나 격분한 보수당은 총리실이 "부패한 중상모략의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며 총리가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내년 중반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더러운 홍보전을 펴려는 노동당의 서투른 작전이 이번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수당의 윌리엄 헤이그 의원은 "총리실이 있는 다우닝가 정부 심장부에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며 "총리가 이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총리의 사과를 촉구했다.

문제의 이메일을 입수해 폭로한 우파 성향 블로그 '귀도 폭스'를 운영하는 폴 스테인즈는 이메일 내용이 추잡했으며, 이것은 총리실이 오랫동안 중상모략전을 펼쳐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 옵서버의 정치 담당 편집자인 개비 힌슬리프는 이번 이메일 유출 사건을 통해 영국의 정치생활에서 블로그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영국에서 새로운 정치 미디어가 성년에 달한 날"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영국 정치에 그런 이메일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집권 노동당의 일부 인사들마저 보수당 인사들에 동조하며 맥브라이드의 행동에 혐오감을 드러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홍보수석을 지낸 앨러스테어 캠벨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런 이메일을 쓴 것도 큰 실책이지만, 그런 이메일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야말로 큰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클라크 전 내무장관은 "이메일이 공개된 후 바로 맥브라이드를 해임한 총리의 단호한 입장에 기쁘다"며 총리를 옹호했다.

(런던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