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미국 대형 은행의 1분기 경영 실적이 뉴욕 증시의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대형 은행들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5주째 상승세를 보여온 뉴욕 증시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지난주 목요일 웰스파고가 1분기 30억달러의 순이익 전망을 발표했을 때도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17일 발표되는 씨티그룹의 1분기 실적이다. 부실 우려가 컸던 만큼 흑자전환에 성공했거나 소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오면 금융주 주도 장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골드만삭스는 14일,JP모건체이스는 16일 실적을 공개한다.

오웬 피츠패트릭 도이체방크 주식팀장은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한주가 될 것"이라며 "특히 은행주들의 실적 결과에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주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정부의 시가평가 회계 기준 완화와 정부의 은행 부실자산 매입계획 등을 꼽을 수 있다. 회계기준 완화는 회계 장부의 자산 가격을 산정하는데 은행에 재량권을 준 만큼 은행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또 부실 자산 매입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면 은행주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연방정부가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결과가 당초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반적으로 호재가 많기는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과 카드론 등의 부실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은행주가 뉴욕 장세를 계속 주도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은행주 외에 인텔(14일),존슨앤드존슨(14일),구글(16일),제너럴일렉트릭(17일) 등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를 전망이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제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지표도 발표된다. 무엇보다 15일 나오는 3월 산업생산을 보면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작년 4분기 12.7% 급감했던 산업생산은 1월에는 -2.0%,2월에는 -1.5%로 감소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14일 발표되는 3월 소매 판매 결과도 소비 회복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소매 판매는 1.8%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2월에는 0.1% 감소하는 데 크쳐 소비 위축현상이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16일 공개되는 3월 주택 착공 건수를 통해 주택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2월 주택착공 건수는 연율 기준 58만호로 전월 대비 22.2% 증가해 19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최근 주택 관련 지표의 개선이 계절적 요인에 의한 기저효과 등에도 기인한 만큼 주택경기가 바닥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택 시장 흐름은 앞으로 몇 개월간 지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편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