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재 강화안 발표 불구 실효성 논란
안보리 결의, 중-러 반발에 '의장성명' 불가피론 대두


일본이 10일 대북 경제 제재 기간 1년 연장 및 대북 송금액 신고기준 강화 등의 추가 제재안을 각료회의에서 의결하는 등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본은 또 독자 제재와 별개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추가 제재 등의 내용을 담은 새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인공위성' 발사 시기와 추진체 추락 지점 등을 사전 신고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벌임에 따라 일본 정부의 조속하고 강력한 대북 대응책 마련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독자 추가 제재 실효성 논란 = 일본 정부가 10일 마련한 대북 추가 제재는 종전 6개월 단위로 연장했던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금지 및 북한으로부터의 수입금지 등 종전 대북 경제 제재를 1년간 연장하는 것과 대북 송금 및 엔화 반입 감시 강화다.

현재 일본의 대북 경제 제재는 오는 13일로 만료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런 제재 조치를 1년간 연장키로 한 것이다.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이날 각료회의 뒤 "(북한이 발사한 것은) 인공위성으로 볼 수 없다"고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물체가 탄도미사일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해 북한이 성의있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종래의 제재에 더해 자금면에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추가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송금 보고 의무액을 현재 3천만엔 초과에서 1천만엔 초과로 확대하고 북한 방문자가 엔화를 가져갈 때 신고해야 하는 금액 기준을 현재의 100만엔 초과에서 30만엔 초과로 역시 늘리기로 했다.

조총련 등 일본에 거주하는 인사들을 통한 북한 송금이나 현금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북 송금 규제나 현금 반입 제한의 경우 제3국을 통해 송금을 하거나, 제3국에서 자금을 받아 북한으로 반입하는 경우엔 사실상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추가 제재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가 당초 대북 수출 전면 금지를 검토했다가 지난해 기준 연간 수출액이 8억엔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를 일단 보류한 것도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로 평가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 난항에 의장성명 불가피론 대두 = 일본 정부는 10일에도 새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 관계국과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결의에 반대하고 있는 중국이 의장성명 원안을 제시함에 따라 강경한 내용을 담은 의장성명 채택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외상과 만나, 결의 채택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라고 재차 지시했다.

그는 태국 파타야에서 열리는 '제12차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기간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에 협조해 줄 것을 적극 당부할 예정이라는 점도 밝혔다.

앞서 나카소네 외상도 유명환 한국 외교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안보리 결의 채택이 일본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가와무라 관방장관도 "끝까지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결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분위기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실현성 없는 결의안을 계속 고집하긴 힘들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정부 소식통들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이 중요한 만큼 강한 메시지를 담은 의장성명이라면 일본도 결국은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하고 있다.

또 아소 총리가 지난 9일 안보리 대북 대응 논의와 관련,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다.

금주 내에 결론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 것도 안보리에서의 결의 채택의 어려움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그가 "일본은 구속력이 있는 결의 채택을 지향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협상 중이라서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해서 열매를 따낼지 협상을 하는 단계다"라고 '열매'를 강조한 것도 명분보다는 실리, 즉 강한 메시지를 담은 의장성명의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내의 대북 강경론 등을 감안해 안보리 결의를 위한 협상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되 적정한 시점에서는 현실론을 내세우면서 하위 카드에 해당하는 의장성명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