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 경기가 내년에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1월 전망에서 후퇴한 것이다.

FRB가 8일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여전히 취약한 금융시장 여건과 해외 시장의 위축으로 경기하강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내년부터 경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FRB가 구체적인 성장률 전망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1월 FOMC 때보다 경기전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1월 회의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3~-0.5%로,내년은 2.5~3.3%로 전망했었다.

FRB는 경기전망과 함께 실업률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초까지 실업률이 계속 치솟다가 내년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1월에는 2009년 실업률이 8.5~8.8%,2010년에는 8.0~8.3%로 내년부터 실업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4분기 6.9%였던 미 실업률은 1월 7.6%,2월 8.1%,3월 8.5%로 급등했다. 3월 중 비농업 취업자수가 66만3000명 줄어 5개월 연속 50만명 이상 일자리가 감소했다.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전 부문에서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FOMC 위원들은 소비 위축이 진정되고 있다고 분석한 반면 다른 위원들은 실업률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부분 위원들은 2월 주택 착공이 22% 증가한 것을 주택경기 회복의 신호로 평가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주택시장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FRB는 이 같은 경기진단에 따라 지난달 18일 FOMC에서 제로금리를 유지하고,3000억달러의 장기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등 1조달러가 넘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국채 매입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일부는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매입 효과가 광범위하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 등을 매입함으로써 모기지 금리를 낮추는 게 더 효율적인 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