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번화가 록본기. ‘하트랜드’라는 이름의 한 맥주집에 말쑥한 차림의 30, 40대 남성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직 금융인이었다는 것.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일본에서 처음으로 금융업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실직자 파티’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미나미씨는 “고액연봉을 받던 100여명의 금융업종 실직자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본에서도 금융업 퇴직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진출했던 해외 금융회사들이 속속 보따리를 싸면서 금융계 일자리가 축소되는 양상이다.

2008년 들어 지난달 까지 15개월간 해외 금융회사들의 현지 인력 해고자 수는 총 4300여명. 전체 현지 인력의 16%에 달한다. 골드만삭스 도이치방크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그룹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고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유럽조직을 사들인 노무라도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여기에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 전통기업들도 해고 행렬에 동참하면서 일본 실업률은 지난 2월 3년 만의 최고치인 4.4%에 달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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