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문나미(41) 씨가 데뷔소설 '마일즈 프롬 노훼어'(Miles from Nowhere)로 영국의 '오렌지상'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오렌지상은 영어로 쓰인 전세계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영국 문학상이다.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13살에 가출해 화장품 방문판매원(Avon lady)과 웨이트리스, 보도 사진가, 범죄 수사관 등 다양한 일을 한 끝에 소설가로 성장한 한국인 문나미 씨를 7일 소개했다.

문 씨는 버클리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시카고에서 창작 강의를 맡으며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문씨가 대학에 진학하기까지의 일화는 서글프면서도 대견하다.

15살 때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칵테일을 서빙하고 있을 때 두 남자손님이 그녀를 상대로 내기를 했다. 두 남자는 "원과 접하지만 그 원을 가로지르지는 않는 선을 뭐라고 하는지 아니?"라고 문 씨에게 물었다.

순간 당황한 문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곧바로 그들이 각각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답을 알 것이다', '웨이트리스이기 때문에 모를 것이다'라고 여기며 내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분노한 문씨는 8학년 때 학교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 때문일까. 문씨의 처녀작 '마일즈 프롬 노훼어'의 주인공은 문 씨와 많이 닮았다. 주인공 '준(Joon)'은 1980년대 한국에서 뉴욕 브롱크스로 이민 온 재미교포다. 13살 때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정신병 때문에 가출을 한다.

문 씨는 "나 역시 집을 떠난 후 길거리와 버스 정류장, 공원 벤치, 폐건물 등을 전전하며 살았는데, 그러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창작의 밑천이 됐다"고 밝혔다.

문 씨는 "나는 마이너였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결국 문 씨의 소설은 미국의 유명 출판업자 바니 로셋의 눈에 띄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오렌지상 수상자는 오는 6월 3일 발표되며, 수상자는 1만 파운드(약 1941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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