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일의 로켓 발사체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인공위성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 · 영은 이번 발사체를 사실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 및 유력 언론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위성이라는 단어 대신 중립적인 로켓이나,아예 미사일로 표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로켓 발사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에서 발표한 긴급 성명은 '대포동 2호 미사일'로 명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발사체를 '대포동 2호'라고 지칭했다. FT는 과거 어느 미사일보다 더 멀리 날아가 북한이 최소 2000㎞를 이동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국가가 왜 독자적인 우주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BBC는 "국제사회가 내린 결론은 위성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라는 진짜 목적을 가리기 위한 겉포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켓의 탑재물이 위성이더라도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운반 능력을 실험했다는 시각이다.

미국과 영국이 위성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와도 맞닿아 있다. 인공위성으로 규정하면 강경한 대북 제재 명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이사국들에 자제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제재를 꺼리고 있다.

한편 북한의 로켓 발사로 오바마 대통령은 '새벽 3시 알람콜' 첫 테스트를 받았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경쟁 과정에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새벽 3시에 백악관에 비상전화가 걸려오면 누가 받을까"라며 오바마의 외교 · 안보분야 무경험을 공격했는데 오바마는 실제로 이번에 새벽잠을 설쳤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새벽 4시30분에 오바마 대통령을 깨워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는 곧바로 일어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 부의장,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현재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이다. FT는 오바마가 새벽에 군통수권자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테스트받는 동안 클린턴 국무장관은 프라하의 같은 호텔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