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에 미온적…6자회담에 미칠 영향에 관심

중국은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예상했다는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2시간여만에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 발표가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어서 발사될 물체가 인공위성임을 미리 알고 아예 논평을 준비해둔 듯한 인상이 짙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발사될 물체가 인공위성이라는 사실을 수차례에 걸쳐 통보받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태의 진전을 예의주시하며 여러 방안을 모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춘 한·미·일에 비해서는 긴장감이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베이징 당국은 북한이 지난 2006년 7월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0월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큰 충격을 받고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분노를 표시하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동참했다.

중국은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는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이를 사전에 통보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할 명분이 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발표한 성명을 보면 강력 제재에 선뜻 나설 뜻이 없음이 감지된다.

"관련국들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성명은 로켓 발사 이전에 이미 수차례 발표된 기존 입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언뜻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멍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미·일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말라는 완곡어법이 담긴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소식통들의 분석과 의견을 같이한다.

선스순(沈世順)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태안전·합작연구부 주임은 북한이 발사할 것이 인공위성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제재를 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또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이는 정상적인 행위라고 논평하고 문제의 물체가 미사일이었더라도 중국은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꺼리는 것은 전통적인 '북한 감싸기'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국이 중재·조정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이 각 당사국의 강경 대응에 반발하면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공을 들여온 6자회담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주목할만한 것은 중국이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이 정도를 넘어선 것이며 이는 종국적으로 한반도 주변에 '소(小) 나토'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여부에 중국이 의혹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혹은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지난 20일 끝나자마자 북한 로켓 발사에 대응으로 한·미·일의 이지스함 6척이 동해에 집결한 데서 비롯됐다고 관영 신화통신 자매지인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지난달 30일 주장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최악의 순간이 아니면 함부로 사용하지 않겠지만 나름대로 북한을 크게 압박할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외부 세계로 나가는 유일한 육로이며 현재 북·중간에는 철도 몇개와 비공식으로 15개의 도로가 연결돼 있다.

이 도로를 통해 식량을 비롯한 중요 물자들이 식량이 수송되고 있고 특히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단둥(丹東)에는 송유관이 연결돼 있다.

중국은 북한 로켓 발사 준비기간 만일의 사태에 대비,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방안도 검토는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