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소집요구..제재 조치엔 한계
근본해법 쉽지않아..부시와 '차별화'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나들이인 유럽순방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즈음,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이미 충분히 예견돼 왔고 후속 대책도 미국이 나름대로 마련해둔 상태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큰 난관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는 G20정상회의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국)정상회담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며 한껏 몸을 낮춘 겸손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유럽인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요구하는 난해한 이슈가 터져 나온 것이다.

올해 1월20일 취임 후 지금까지 오바마에게 가장 큰 도전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경제상황이 워낙 심각한 탓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외적인 이슈들이 비교적 잠잠했던 것도 한가지 배경이다.

중동지역에서 계속된 유혈폭력 사태와 세계 각지에서 알 카에다를 배후로한 크고 작은 테러들이 발생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들만한 대형 `사건'은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오바마 외교가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로켓에 탑재한 물체가 미사일이 아닌 위성이라도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제재를 경고해왔다.

북한이 5일 로켓에 탑재한 것이 인공위성이라고 한국 당국 등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그 종류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이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이라고까지 규정한 것은 미국의 이같은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바마에게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존재로 새롭게 등장한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이제 이란 문제와 함께 그의 임기내 외교정책의 성패를 평가하는 주요 항목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오바마는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도발적인 행동"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행동을 취하지 말 것을 촉구해왔다.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차 3일 프랑스를 방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에 대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핵무기 경쟁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오바마에게 북한이 로켓 발사를 끝내 강행, 외교적으로 제대로 도전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감수해야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왔지만 `상응하는 조치'의 수위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이 올해 2월 자체 개발한 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때 미국 측은 "탄도 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이 문제를 회부하지는 않는 등 구체적인 제재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찾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역시 이번 로켓 발사를 통해 쏘아 올린 것이 인공위성임을 거듭 주장했지만 로켓 발사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 대응 수위가 이란의 경우와는 다를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기간에 오바마의 외교정책 자문을 담당했던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오바마에게 처음으로 외교적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참 어리석다(stupid)"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전임 공화당 정부와 달리 민주당 정부가 북한.이란 문제에 훨씬 유화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호락호락하게 대응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오바마 정부로서도 이란에 이어 북한까지도 장거리 로켓 발사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핵확산 방지를 위한 둑이 맥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 일정한 수준에서 명확한 선을 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일 로켓 발사에 따른 소란이 진정된 후 6자회담 재개와 미-북 양자접촉을 모색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은 강한 압박과 제재 일변도보다는 협상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이 대북제재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북한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단이 없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전임 부시 행정부 후반부의 유화적 대북 접근법이 북한의 능란한 벼랑끝 전술에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오바마도 충분히 `학습'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협상테이블에서 앉더라도 종전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종전과 다른 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 처음 맞닥뜨린 외교적 도전에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통해 전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줘야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