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전(前) 페루 대통령은 3일 자신에 대한 인권침해 재판은 정치적 박해라면서 전임자들 재임 중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으나 재판을 받지 않은 것은 이중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15개월 동안 계속된 인권침해 재판을 마무리하는 최후진술에서 좌익게릴라 조직 '빛나는 길'이 정부에 무력으로 도전한 20년간의 내전 기간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당시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추궁당한 것은 자신이 유일한 것을 보면 이번 재판이 정치적 박해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현직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985~90년 제1기 집권기간에 자행된 학살 사건들과 관련해 기소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980~85년 집권했던 페르난도 베라운데 대통령의 경우에도 집권기간 수천명이 사망하고 실종됐으나 재판을 받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켰다.

후지모리은 이어 "왜 이런 차이가 있느냐? 왜 알란 가르시아와 페르난도 베라운데는 무죄이고 후지모리는 유죄인가? 왜 이중잣대를 적용하느냐?"라고 반문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 카를로스 리베라는 후지모리의 이중잣대 논리는 "가르시아 대통령을 염두에 둔 직접적 정치메시지"라며 "후지모리는 영리한 사람으로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가르시아 대통령의 개입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페루 관련법에 따르면 가르시아 대통령은 후지모리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사면할 수 있다.

이날 법정 밖에는 후지모리 지지자 250여명이 몰려 폭죽을 쏘았는데 폭죽 소리가 법정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15개월간 인권침해 재판이 진행되면서 일부 증인이 법정 밖에서 후지모리에게 불리한 주장을 하기도 했으나 정작 법정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학살과 납치에 관여했다고 증언한 증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검찰은 후지모리와 정보부장 블리디미로 몬테시노스가 공포를 조성하는 '권력구조'를 구축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의 1심 판결은 오는 7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마 AP.로이터=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