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코쿠大박물관 소장…순국 직전 쓴 친필 유묵
日 시민단체 주최 99주기 기념전 통해 '햇빛'


안중근 의사가 직접 쓴 유묵(遺墨) 중 공개되지 않았던 3점이 일본의 시민단체가 주최한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31일 '[한국병합]100년시민네트워크'(이하 시민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단체는 일본 교토의 류코쿠(龍谷)대학에서 개최 중인 '안중근 유필, 관계자료전'에서 그동안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안 의사의 유묵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26일 시작돼 4월1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처음 빛을 본 유묵들은 안 의사가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서 쓴 글들로, 중국 고서의 경구를 담은 것들이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뤼순 감옥에 있다가 이듬해 3월 처형당했는데, 이 유묵들은 모두 안 의사가 처형당한 달인 '경술(庚戌) 3월'로 작성 시기가 표기돼 있다.

유묵 중 논어의 경구인 '不仁者不可以久處約'(불인자가이구처약·어질지 않은 자는 오랫동안 거북한 제약을 견디지 못한다)라고 적힌 것에서는 옥중에서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다른 논어 경구인 '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불치하문·영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여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에서는 학문에 대한 안 의사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사는 나머지 1점에는 중용의 경구인 '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불도·군자는 그 보이지 않는 바에 경계하고 삼간다)를 적었다.

유묵들에는 모두 약지 손가락의 단지 흔적이 있는 왼손을 꾹 눌러 찍은 장인(掌印)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전시회에 나온 유묵들은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 있을 당시 이 지역에 파견돼 있다가 안 의사와 교감을 나눴던 정심사(淨心寺·일본 오카야먀<岡山>현 소재)의 주지 마쓰다 가이쥰이 안 의사에게 받은 것들이다.

정심사는 보관해오던 이 유묵들을 지난 1997년 류코쿠 대학에 위탁했다.

정심사의 현 주지인 마쓰다 마사유키는 "당시 주지스님이 안중근(의사)의 평화사상에 감동을 받아 그와 서로 두터운 신뢰관계를 만들었고 유묵들을 선물받았다"며 "안중근의 평화사상은 주지스님 외에도 간수 등 감옥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유묵들은 오는 10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안 의사가 직접 쓴 유묵들로는 모두 50여점이 남아 있다.

이 중 26점은 국내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는 일본과 중국 등지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회를 개최한 시민네트워크는 일본의 교수와 학자, 시민 활동가 등이 모여 지난해 10월 설립한 시민단체다.

이 단체는 전시회 기간 안중근 의사 추도식을 개최했으며 '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는가?'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교토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