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한 '재설정' 단추를 누르기 위해 내달 1일 영국 런던에서 첫 회담을 한다.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와 새로운 양국 관계 구축을 위해 여러 현안을 다룰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오는 12월 5일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후속 협정이다.

양국 대통령은 이번 런던 정상회담에서 후속 협정을 위한 대화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START는 냉전시기인 지난 1991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러시아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으로 상호무기 시찰과 검증을 허용함으로써 역사상 최대의 핵무기 감축이라는 결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후속 START 협상을 추진했었으나 결국 타결에 이르지 못했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현재 새로운 START 협정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비추고 있지만, 이번 협상 과정도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양국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이 협상에 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전문가 알렉산더 골츠는 최근 칼럼에서 러시아 정부가 진정으로 빠른 협상타결을 바라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면서, 단지 미국 정부와 동등한 협상자가 돼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은 새 START 협정이 체결되면 이를 근거로 비핵탄두를 탑재한 전략적 미사일 수를 늘려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를 위협하겠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국은 또 '전략적 미사일 배치'의 정의를 둘러싸고 창고 안에 보관된 탄두를 '배치'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구축을 문제 삼으며 이를 START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으려고 하고 있어 갈등의 소지가 있다.

이처럼 양국 사이에는 논쟁과 불만 요소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마감시한까지 후속 START에 대한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기보다는 단지 군축의 틀을 설정하는 비공식 동의안이 나오거나 기존 협정이 재개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무기군축 외에도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아프가니스탄 수송로 및 에너지 공급 문제, 러시아의 이란 핵개발 지원 의혹,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문제 등에서 갈등을 겪고 있어 전반적인 관계 재설정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