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5일 2월 신규 주택 판매가 33만7000채(연율 환산 기준)로 전월에 비해 4.7% 늘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기존 주택 판매도 전월보다 5.1% 증가해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월 주택가격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미 부동산 경기가 사실상 바닥에 도달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된 2월 내구재 주문도 전월 대비 2.5%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4% 증가했다. 7개월 만에 처음 증가한 것으로 2007년 1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같은 경기지표 호전으로 이날 미 다우지수는 2% 이상 급등세로 출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저녁 백악관에서 취임 이후 두 번째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에 가진 TV 대국민 연설 및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광범위한 경제회생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덕분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재융자가 크게 늘어나고,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는 등 경제가 호전되는 신호를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다만 "경제위기를 일시에 해결할 마법의 탄환은 없다"며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G의 보너스 지급 논란과 관련,정부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는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G와 같은 비금융권 위기를 격리시키고 막을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권한이 필요하며 국민들도 이를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4년 후 오바마 정부는 쾌속선이 아니라 대양을 항해한,갑자기 방향을 바꾸지 않은 대형 여객선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또 "이제 우리는 미국민들의 독창성과 혁신성,세계시장에 내놔 팔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미국민들의 능력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은 공화당이 정부 제출 예산안에 대해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