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의 디폴트는 이 나라가 모라토리엄(국가부도)에 빠졌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국영 항공기 임대회사 파이낸스 리싱(FLC)이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소규모 업체이긴 하지만 정부 소유 회사가 빚을 못 갚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FLC는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인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자회사다. 러시아 정부도 29%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은행과 기관투자가,헤지펀드,러시아 은행 등이 이 회사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채권에 투자한 홍콩 투자사 액시옴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라하이 대표는 "회사가 정부 소유라서 안심하고 투자했다"며 "러시아에 자금을 빌려준 자체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러시아 정부가 외채 상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더 많은 기업들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에드 파커 동유럽부문 대표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할 능력과 의지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 채무를 상환하거나 차환하기 위해 최소 4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조너선 시퍼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초 러시아 정부는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500억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모든 기업을 지원하진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