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 내부에서는 앞으로 경기와 주가,채권 값과 환율의 움직임을 놓고 4대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주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한 '경기 저점론'은 올 1~2월의 지표들이 비교적 좋게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이 변수지만 1분기 성장률이 0% 또는 소폭의 플러스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1분기를 저점으로 우리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경기 바닥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다.

올 1분기가 경기의 저점이라면 이에 선행하는 주가는 바닥을 쳤고 앞으로 변동성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많다. 신중론자들은 최근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죽은 고양이가 한 번 뛰어오르는 '베어 마켓 랠리(dead cat bounce)'라는 대조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이 3월 초 1600원을 정점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도 경기 · 주가 바닥론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한 이후 시중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환율 정점론'의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다른 요인이 결부돼 있지만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채권과 채권관련 상품이 조만간 붕괴 혹은 덤핑될 것이라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많이 풀린 과잉유동성 때문에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 기대심리에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대규모 국채발행이 본격화될 경우 채권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4대 논쟁은 궁극적으로는 경기 향방에 달려 있는 문제다. 한 나라의 경기를 파악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는 기업취약지수(CVI · 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 ·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무위험 이자율,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월 발표하는 복합선행지표(CLI · Composite Leading Indicators)가 가장 정확하고 많이 활용된다.

일반인도 쉽게 구해 접할 수 있는 OECD의 CLI는 성장 사이클 상의 전환점을 6개월 정도 앞서 조기에 신호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다. 이론적으로 경기순환은 국민소득 통계를 활용하나 이 지수는 국민소득에 선행하는 산업생산지수(IIP) 등을 주로 활용해 산출하는 면에서 구별된다.

OECD의 CLI 지수를 활용,가장 최근에 경험한 경기순환의 정점과 저점 간의 소요기간을 구해보면 세계 경기는 16~17개월 정도로 추정된다. 또 국가별로는 미국이 19개월,독일과 프랑스가 30개월 내외로 선진국들은 장기간 소요되나 우리의 경우는 14개월 정도로 비교적 짧게 나온다.

이번 모기지 사태로 세계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한 시기를 2007년 4분기나 2008년 1분기로 잡는다면 침체가 종료되는 시점은 올 2분기나 3분기로 추정된다. 물론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고 해서 곧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저점통과 후 'V'자형이나 'L'자형으로 갈 것인가는 각국이 긴밀한 협조 하에 얼마나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다.

다행한 일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이후 곧바로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L'자형으로 간다 하더라도 과거의 경우 2분기 정도만 지나가면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세계경기와 주요국 경기가 올 2분기 혹은 3분기 이후 곧바로 회복되거나,늦어도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경기는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가는 회복되게 마련이다.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너무 어둡게 보는 비관론은 더 피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올해까지 '어렵다'는 전제 하에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오르면 '덤'이라고 여기면 큰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