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총파업 앞두고 시위 과격화
대학가 2월이래 사실상 휴업


프랑스 정부의 대학 개혁안에 항의하는 대학가의 반대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일에는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을 비판하는 노동계의 대대적인 2차 총파업이 예고돼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특히 대학가의 시위가 노동계의 파업과 연계돼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시위 = 16일 남부 프랑스의 몽펠리에에 소재한 2개의 대학에서는 정부의 대학개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학교를 봉쇄하는 바람에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대학 당국은 시위대에 학생이 아닌 외부인들이 가세해 과격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경찰에 해산을 요청했으나 바리케이드를 친 학생들이 해산을 거부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파리를 비롯해 리옹, 툴루즈, 낭트, 렌 등 전국의 10여개 대도시에서는 4만3천여명의 대학생과 교수 및 연구원 등이 집회를 열고 정부의 대학 개혁을 거세게 비판했다.

시위대는 정부의 개혁안을 '대학과 연구 활동을 파괴하려는 계획'이라고 규정하고 교수와 연구원의 신분을 훼손하려는 정부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처럼 잇단 시위와 파업으로 프랑스 대학들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수업을 거의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대학가의 시위사태가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되지나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달 반대시위가 거세지자 발레리 페크레스 고등교육부 장관에게 개혁안을 양보해 수정안을 제시하도록 지시한 것도 이런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와 별도로 지난 1월 29일 최소 100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참여한 총파업을 주도한 노동계는 오는 19일 전국 규모로 2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공공 서비스 기능이 또 다시 거의 마비되는 제2의 '검은 목요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교육개혁 논란 초점은 뭔가 = 사르코지 정부는 부실한 재원 확충과 인프라 투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 발전에 주안점을 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과 기업 등 외부의 민간재원을 국립대학에 유치하는 방안, 교수와 연구원의 평가 등 직위에 관한 새로운 제도 도입 등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5만7천명 가량 되는 교수 및 연구원의 직위 문제로 이번 시위의 단초였다.

대학가의 반발 속에 정부의 수정안이 제시돼 논란 끝에 타결은 됐으나 시위가 계속되면서 합의안은 빛이 바랜 듯하다.

페크레스 고등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한 협상안을 제시해 대학 노동조합 측과 합의했었다.

이 합의안은 연간 1천607시간 중에서 강의 128시간, 연구 192시간을 토대로 수업 시수를 조정하도록 했다.

교수 및 연구원의 동의를 전제로 수업시수를 조정할 수 있으며 대학총장은 교수에게 수업일수를 늘리도록 강요할 수 없다.

평가는 4년마다 한번씩 동료들이 연구업적 등 모든 활동을 고려해 하게 된다.

그러나 초등 및 중등교원 양성에 관한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당초 반발을 불러온 개혁안은 국립대학위원회가 교수 및 연구원을 상대로 매 4년마다 연구실적과 교육, 행정업무를 평가하고 대학총장은 이 평가를 토대로 승진과 강의 및 연구 시간 할당, 배분 등을 결정하도록 했었다.

현재의 법규에 따르면 교수 및 연구원들은 강의와 연구에 시간을 배분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부 연구원들은 거의 강의를 하지 않고 일부 교수들은 거의 연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국립대학과 각급 학교의 구조조정, 교원 감축, 민간 재원 유치방안 등은 여전히 극심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학생들과 교원들은 사르코지 정부가 외부의 자본을 끌어들여 대학을 민영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자세다.

반대로 개혁 지지자들은 이런 뒤늦은 개혁조치가 대학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부 강경파는 교수 및 연구원 신분에 관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정부의 교육 개혁을 일절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