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 백인 소방관 등 20명이 승진 등에서 역차별을 받았다며 제기한 소송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전했다.

8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소재 백인 소방관 19명과 히스패닉계 소방관 1명은 5년전 공공 업무 테스트를 통과하거나 뛰어난 업무 고과 성적을 올렸는데도 테스트 결과가 무시된 채 승진을 거부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원고 중 1명인 소방관 프랭크 리시는 소방서 부서장으로 승진되길 희망했으나 무산됐고 다른 동료들은 높은 성적을 올렸는데도 한명도 승진하지 못했으며 당국이 테스트 결과를 무시해 버려 낮은 성적의 흑인 소방관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 대법원은 지난 1월 백인 소방관들의 역차별 소송을 심리에 회부하기로 결정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내부에선 인종 문제에 관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인종 문제를 극복하고 초월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첫 흑인 법무장관인 에릭 홀더는 미국이 인종 문제에 관한 한 `겁쟁이 나라'라고 지적한 상황에서 백인들의 역차별 소송은 오바마 행정부에게 미묘한 딜레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 법무부 대부분의 간부들은 백인 역차별 소송이라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놓고 매우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일부 간부들은 소방관들의 승진 테스트 결과를 무시한 조치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충분한 사유가 된다며 뉴헤이븐 시당국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다른 간부들은 대법원이 심리를 진행할 게 아니라 하급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좀 더 사실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위크는 "백인 소방관들의 역차별 소송으로 흑백간 인종 문제가 새로운 정치 현안으로 등장하게 됐다"며 "미국에서 히스패닉계 대법관의 탄생이 거론되는 시점에 오바마 행정부 내부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