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스토니아 등 5개국 최대 위기"
동유럽 국가들이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말을 갈아탄 이후 최악의 경제 ·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시장경제 체제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탓에 글로벌 금융 · 경제난은 이들 국가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8일 동유럽 가운데 특히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헝가리 불가리아 등 5개 나라가 최대 위기 국가라고 보도했다.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는 데다 정정 불안까지 겹쳤다고 FP는 분석했다.

라트비아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8%였으며,올해는 -8%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20일에는 아이슬란드에 이어 경제위기 여파로 정부가 붕괴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일부 라트비아인은 과거 자신들을 지배했던 스웨덴에 '우리를 점령(통치)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400여명은 러시아의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국가를 사달라고 청원하는 등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과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2.8%이던 성장률은 올해 -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50%에 달했다. 외국 투자자의 발길이 끊기면 채무 상환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우크라이나도 심각하다. 지난해 성장률이 2.1%였으나 올해는 -6%로 급전직하할 것으로 관측됐다. 산업생산은 30% 이상 줄고 자국 통화(흐리브니아) 가치도 50%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재무장관이 사임하고 외무장관이 의회에서 해임되는 등 정부마저 불안정해 적절한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헝가리의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25억달러,유럽연합(EU)에서 65억유로를 빌렸다. 지금까지 2006년의 반정부 시위와 같은 소요는 없으나 경제위기로 인해 정치적 소요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FP는 내다봤다.

불가리아는 지난해 GDP 성장률이 5.4%였지만 올해 -0.6%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1월 EU는 불가리아가 정부 내 부패 문제를 일소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2억2000만유로 지원 계획을 취소해버렸다.

불가리아의 한 의원은 "다른 나라에도 마피아가 있지만 불가리아에는 마피아가 국가를 좌지우지할 정도"라고 심각한 폐해를 호소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