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정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백악관과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등 장소를 불문하고 틈만 나면 전화기를 든다.

참모들에 따르면 어떤 날에는 외부세계와 연결을 유지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20여통의 이상의 전화를 건 적도 있다고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2년 동안 대선 운동을 함께 했던 최측근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에게는 요즘에도 밤 11시에 전화를 건다.

백악관에선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각 방마다 거의 모든 측근 참모들과 단축 다이얼 버튼으로 통할 수 있는 전화가 배치돼 있다.

오바마는 특히 "대통령 리무진 안에 많은 전화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게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의 전언이다.

오바마의 전화 습관은 지난주 예고 없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계획을 전한 것을 계기로 더욱 조명을 받았다.

오바마가 직접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하고 즉석에서 피드백을 얻는 상대에는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 고위직 인사들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각국 정상들도 그 예외가 아니어서 그는 취임한 지 1 시간도 안 돼 중동 4개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협의했다.

백악관 기록을 보면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대륙간 통화'를 한 대통령은 1915년 1월25일 우드로 윌슨이었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인 지난 2005년 12월 전화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금융에 관심이 있으면 워런 버핏에게 전화를 걸겠다.

외교에 관심이 있으면 외국의 전문가들한테도 하겠다.

즐겁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오바마가 정치에 전화를 애용하는 것은 전화가 주는 편리함도 있지만 특유의 실용주의적 접근의 일환일 수 있다.

'적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껴안는다'는 통합정치를 구현하는 데 육성으로 서로를 통하게 하는 전화만큼 유효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