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그의 출생에 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자격 시비를 일삼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골치를 앓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음모론자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제기하는 의혹은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증명서가 허위로 작성됐으며 실제로는 그가 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문은 오바마의 케냐 출신 아버지가 영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의혹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하와이주 관계자는 오바마의 출생증명서 원본을 통해 그가 1961년 8월4일 호놀룰루에서 출생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는 지난해 여름 선거 유세 당시 출생지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오바마 캠프에서 제시한 출생증명서의 내용과도 동일하다.

그러나 이러한 증언이 오바마를 `배반자'로 보는 음모론자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막지는 못했다.

이들의 주장은 종종 인종차별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이슬람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는 20여년간 교회를 다녔음에도 선거 기간 내내 이슬람 교도라는 근거없는 소문에 시달려야했다.

퇴역한 미 육군 소장인 캐럴 칠더스는 오바마를 히틀러, 스탈린, 사담 후세인, 마오쩌둥, 김정일 등에 비유하며 "그(오바마)는 침입자이자 권력을 빼앗은 사람이고 시카고 출신의 사기꾼이며 뇌물과 부당한 봉급을 받고 세금도 내지 않았으며 사회주의자로 내가 사랑하고 17살 때부터 지켰던 미국의 미래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사람"이라고 썼다.

워싱턴 정계 인사 중 이러한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 사람은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리처드 셸비로 그는 한 지역 신문에서 "그(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 사람이었고 그가 하와이에서 태어났다고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의 출생증명서를 본 적은 없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이 나라에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오바마 자신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연방대법원에까지 제기된 소송들에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오바마의 출생에 관한 논란은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으며 그의 재직기간 내내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오바마 이전의 다른 대통령들도 황당한 음모론의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음모론자들에 의해 당시 대통령 부보좌관으로 1993년 자살한 빈스 포스터의 `살인' 배후로 몰렸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딕 체니 전부통령은 여전히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또 한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종말론에서 언급되는 적그리스도이고 앨 고어 부통령이 흡혈귀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