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상공에는 요즘 헬리콥터가 떠다닌다. 3일부터 시작되는 양회(兩會 ·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대비,경비가 대폭 강화됐다. 양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과 마주하고 있는 톈안먼 광장에는 무장경찰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올해 양회는 어느 해보다 긴박한 분위기다.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게다가 오는 10일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망명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톈안먼 사태 20주년(6월),파룬궁 불법화 10년(7월),중국 건국 60주년(10월) 등이 줄줄이 대기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여기에 경기침체로 민생고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불안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다.

법적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올해 화두를 내수부양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인대 개최에 앞서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산당 정치국은 이번 전인대에 '擴內需(내수 확대) 保增長(성장 유지) 調結構(기구 조정) 上水平(삶의 질 향상) 增活力(사회 안정) 重民生(민생 중시) 促和諧(조화사회 촉진)' 등의 24자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수부양을 제일 첫머리에 올렸고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며 민생을 중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만큼 사회불안 조짐이 높아지고 있고 상황이 긴박하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전인대에서 8% 성장률 달성이란 목표를 재확인하고 △내수 진작 △농촌 경제 부흥 △수출 지원 △유동성 확대 등 성장에 초점을 맞춘 거시경제 운용 방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실업대책을 마련,국민들을 다독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티베트와 인접한 쓰촨성 아바에서 한 승려가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하는 등 사회불안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아바는 작년 티베트 무장봉기 때 7명의 승려와 인권운동가들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지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라싸 시위의 진원지였던 조캉사원 근처의 상점들은 대부분 철시했고,포탈라궁 주변은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경이 순찰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저녁 8시 이후 통금령까지 내려졌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부주석을 비롯,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 등으로 구성된 사회불안 대책팀을 구성해 티베트 문제 등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