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속 60일째로 접어든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26일 법정에서 눈물로 석방을 호소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대만 뉴스 채널 둥썬(東森) TV는 천 전 총통이 이날 법정에서 지난 24일 마잉주(馬英九) 총통을 비롯한 대만 정계 거물들의 스캔들을 폭로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던 태도와는 정반대로 재판장에게 매우 겸손한 태도로 구속을 철회해 주거나 보석을 허가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법정이 열리기 전 3일간 단식을 했던 천 전 총통은 이날 오전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 핼쑥한 얼굴로 타이베이(臺北)지방법원에 도착한 뒤 점심도 거른 채 줄곧 무기력한 모습으로 재판에 임했다.

그러던 중 오후 들어 차이서우쉰(蔡守訓) 재판장은 구속적부심을 열겠다면서 천 전 총통에게 변호사들이 건의한 구속 철회에 대한 견해를 묻자 천 전 총통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나는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지만 내 아내(우수전·吳淑珍)가 아들도 이사를 가버린 집에서 혼자서 간호사와 지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눈물을 멈출 수 없다"며 "전직 총통이라지만 우리 집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천 전 총통은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내와 어떻게 도망을 가겠느냐"며 "만약 보석을 허가하거나 구속을 철회해 준다면 앞으로 절대 소송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지 않을 것이며 도망이나 증거 조작도 절대 없을 것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천 전 총통의 눈물은 모든 방청석의 지지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차이 재판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일단 실패했다.

차이 재판장은 "천 피고인의 구속 철회, 구속 연장 및 보석 석방과 관련해 충분한 검토와 상의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판결을 내리겠다"며 "오는 3월4일 구속적부심을 재개키로 한다"고 선언, 천 전 총통을 다시 구치소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만 법에 따르면 재판 진행 중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최대 3개월간 구속이 가능하며 이후 다시 심사를 거쳐 연기 또는 철회하게 되는데, 천 전 총통은 재판이 열리고 있던 작년 12월30일 재차 구속돼 내달 30일까지가 구속기간이 된다.

천 전 총통 구속 유지 여부는 3차 재판이 열리는 내달 4일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이며 천 전 총통은 내달 4일과 10일, 11일 및 18일에 다시 법정에 출두해야 한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상미 통신원 yunf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