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각국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광중심지인 홍콩의 호텔, 여행사 등 관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홍콩은 전체 인구가 700만명 수준에 불과한 '도시국가'이지만 연간 3천만명 가까운 외국인(중국 본토인 포함)들이 방문할 정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대국'이다.

25일 홍콩 여유발전국(관광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홍콩을 찾은 방문객수는 총 2천950만6천6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객들을 지역별로 보면 중국 본토인이 1천686만2천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293만6천207명 ▲대만 224만481명 ▲한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222만9천117명 ▲유럽, 아프리카 및 중동 209만4천39명 ▲ 미주 168만4천734명 ▲호주 및 뉴질랜드 76만3천206명 등의 순이었다.

한마디로 관광은 금융산업과 더불어 홍콩경제를 떠받치는 양대지주였다.

이처럼 관광대국인 홍콩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불황의 파고가 밀려왔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관광 중심지답게 홍콩의 관광업계의 사정은 일본, 한국,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수백개에 달하는 홍콩 호텔들의 지난해 객실 점유율은 연평균 85%로, 2007년의 86%에 비해 1%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관광 성수기인 지난해 10월 이후 홍콩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은 10월 85%, 11월 88%, 12월 90% 등으로, 2007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최소 3%, 최대 5%나 떨어졌다.

홍콩 여유발전국 자료에 따르면 2007년의 가을 및 겨울철 성수기의 경우 홍콩 호텔들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10월 89%, 11월 93%, 12월 93% 등으로 90%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금년 1,2월의 호텔 점유율은 20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낮아졌다는 게 홍콩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홍콩 침사추이지역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호텔의 점유율이 전년도에 비해 5%가량 떨어졌다"면서 "특히 금년에 들어서서는 하락폭이 10%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홍콩의 호텔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금융위기 여파로 주머니가 얇아진 외국인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유발전국에 따르면 올해 홍콩 방문객수는 지난해에 비해 1.6% 줄고 중국 본토인을 제외할 경우 9.2%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홍콩 관광업계는 관광요금 단가를 낮추고 경상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 제상원 차장은 "대부분의 호텔들이 올 들어 객실요금을 20% 가량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객실요금 인하가 근본적인 불황 타개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홍콩의 호텔 관계자들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호텔들의 경우 신규직원 채용을 유보하거나 근무 일수를 줄여 인건비 부담을 낮추거나 식재료비 인하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더 미라 홍콩'(The Mira Hong Kong)의 더크 달리차우 총지배인(40)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는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식재료 공급선을 다양화해 가격을 낮추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관광당국은 세계경제가 불황인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중국 본토 관광객의 홍콩 방문을 늘리는 방안을 중국측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행사 김범수 사장은 "현재 중국 8개 성의 30여개 도시 주민들만이 간편한 절차로 홍콩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홍콩정부는 더 많은 중국인들이 홍콩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