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프랑스 간에 3차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는 프랑스가 아편전쟁 당시 중국 청 황제의 여름 별궁인 베이징 위안밍위안(圓明園 · 원명원)에서 약탈해간 토끼 머리와 쥐 머리 동상이 불을 지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불참 주장과 달라이 라마 면담으로 최근 1년간 두 차례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는 또다시 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프랑스 법원은 23일 중국 측에서 제기한 위안밍위안 청동상 경매금지신청을 기각했다. 이 청동상은 위안밍위안 하이안탕에 있던 분수시계에 설치된 12지 머리 동상 중 일부.2차 아편전쟁 당시인 1860년 수도 베이징을 침공한 영국 · 프랑스 연합군이 위안밍위안의 바로크 양식 건축물을 모두 부수고 수만 점의 문화재들을 약탈해 갔을 때 포함됐다.

토끼와 쥐 머리 동상은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주가 소장해오다가 다른 소장품 732점과 함께 경매에 나왔다. 중국 측은 약탈해간 중국의 문화재는 즉각 반환돼야 한다며 경매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중국이 들끓고 있다. 장쿤 중국 예술협회 부주석은 "강제로 탈취해간 문화재를 반환하기는커녕 소유의 합법성을 주장해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외치며 반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빼앗긴 국보를 되찾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12지 동상 중 소 원숭이 호랑이 돼지 말 동상은 중국 기업들이 약 7500만위안(150억원)을 들여 되사들였으나 용 뱀 양 닭 개 동상은 종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중국은 24일 104인의 기업인으로 구성된 '중국 구매단'을 유럽으로 파견했으나 프랑스는 방문 지역에서 제외했다. 중국은 지난달 원자바오 총리의 유럽 순방 때 사르코지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에 항의하는 뜻으로 프랑스를 방문국에서 뺐으며,각종 구매계약도 취소했다. 원 총리는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합치자는 뜻에서 대규모 구매단 파견을 약속한 바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