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중국계 주지사 출신
초당적 국정운영보다 `코드인사'


게리 락(59) 전 워싱턴주 주지사가 비어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상무장관에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락 전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며 지난 1997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중국계 출신 주지사로 취임한 뒤 2005년까지 두 차례 워싱턴주 주지사를 지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가 '게리 락이 상무장관에 임명 될 것같다'고 얘기했다"면서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주요직 후보자를 공식 발표하기 전에 이런 식으로 언론에 흘려 여론을 떠보는 방식을 취해왔다고 평했다.

락 전 주지사의 내정에 따라 상무장관 인선 등을 둘러싼 오바마 정부 인사 난맥상이 해소될지 주목된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대통령 취임에 앞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를 상무장관에 지명했으나 리처드슨 주지사는 특혜계약 의혹이 제기되자 중도사퇴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인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뉴햄프셔주)을 두 번째로 상무장관에 지명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이견 등을 이유로 지명을 반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락 전 주지사를 상무장관으로 지명할 경우 초당적 국정운영보다는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과 업무능력 등에 초점을 맞춘 `코드 인사'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오바마 측은 락이 주지사 재임 시절 워싱턴주의 경제를 도약시킨 실적이 있고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직선적 성격인데다, 정부 내 인종적 다양성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밝혔다.

락 전 주지사는 고학으로 예일대학과 보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로 일하다 워싱턴주 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시애틀 킹 카운티 지방정부 관리를 거쳐 1997년 워싱턴주 주지사가 됐다.

1997년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지내고 싶다며 정계를 떠난 그는 시애틀 소재 데이비스 라이트 트리메인 법무법인에서 중국과 에너지.대 정부 관계 업무 등을 맡아 왔다.

그는 국제적인 개입을 통해 중국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키고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더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