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세계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
佛법원, 中소송 기각 "경매중단 불가"


"생전에는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으로, 사후에는 진귀한 소장품으로 전 세계의 고객을 불러모은다."

작년에 영면한 20세기의 대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가 논란 속에 23일 저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 경매장에서 막이 올랐다.

3일 일정의 경매는 파리지방법원이 이날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궁인 위안밍위안(圓明園)의 쥐머리, 토끼머리 동상에 대한 경매 중단을 요구하며 중국 측 변호인단이 제기한 소송을 "이유없다"고 기각한 직후 시작됐다.

'세기의 경매'로 이름 붙여진 경매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열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큰 손'과 예술품 애호가들로 첫날부터 북적댈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랑팔레 경매장에는 모피 코트를 입은 여성에서부터 검은 색 정장을 차려입었거나 붉은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여성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유한부인들이 몰려들었다고 AFP가 전했다.

일본 도쿄에서 왔다는 다카쿠 미사코는 "이런 기회는 100년 만에 처음 찾아온 것"이라며 자신의 소장품 리스트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딜러의 대리인인 독일 출신의 전문가 티나 재프는 "요즘 뉴욕에서는 세간의 화제가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라면서 "경제위기 때문에 일절 해외로 나가지 않는 뉴요커들이 이번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파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1900년 만국박람회 때 19세기 말의 아르누보 스타일로 건축된 그랑팔레에서 진행되는 경매에는 작년에 71세를 일기로 타계한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주가 소장해온 732점이 쏟아져 나왔다.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를 비롯해 피에 몬드리안, 콘스탄틴 브랑쿠시 등 서양미술사의 거장들의 작품을 비롯해 "약탈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중국 정부의 항의를 받고 있는 청동 12지상의 일부인 쥐머리, 토끼머리 동상도 법원의 판결로 경매품 리스트에 올라 있어 낙찰 규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날 저녁부터 야수파의 대가 마티스의 유화작품 '푸른색과 핑크빛 양탄자 위의 뻐꾸기'가 3천200만유로(약 6억원)에 팔려 그랑팔레 전시장에 마련된 경매장은 크게 술렁였다.

낙찰자의 신원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피카소의 '테이블 위의 악기'는 마티스 작품의 낙찰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모았으나 응찰가가가 예상가격인 2천500만유로에 못 미쳐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그러나 몬드리안, 브랑쿠시 등의 작품도 예상가격을 웃돈 가운데 팔려 이날 저녁 경매에서만 수천만 유로 가량이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롤링 스톤즈의 리드싱어 믹 재거의 전 부인이자 모델인 비앙카 재거, 영국 크리스티의 대표이면서 영국왕실의 왕위계승 서열 13위인 데이비드 앨버트 찰스 암스트롱-존스도 이날 경매 개막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경매를 주관하는 경매사 크리스티 측은 3일 간의 낙찰가가 최고 3억5천만달러(약 5천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환 논란에 휩싸인 쥐와 토끼머리상은 각각 1천만유로(약 190억원)의 낙찰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경매 수익금은 이브 생 로랑이 세운 에이즈 재단에 기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