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발 제2 금융위기 공포가 시장을 강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을 비롯 미국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놀란 투자자들은 앞다퉈 동유럽 시장에서 돈을 빼내 탈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혼란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투자자들도 있다. 동유럽 위기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골드만삭스 등과 헤지펀드들이 그 주인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올해의 최우선 투자전략으로 폴란드 즈워티화와 체코 코루나화,터키 리라화 등의 하락에 대한 베팅을 꼽았다. 외채를 과도하게 빌리고 경상적자가 큰 동유럽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통화가치 추락을 예견한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유로를 사고 동유럽 통화를 파는 방식으로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

예상은 적중했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지난 17일 유로당 310포린트 안팎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폴란드 즈워티화와 체코 코루나 가치도 하락하며 각각 5년과 3년 만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동유럽 통화에 대한 투자로 올 들어 8%의 수익률을 올린 채 최근 거래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도 있다. 영국 헤지펀드인 피보트캐피털 매니지먼트는 2007년 중반 "헝가리와 라트비아 등 발틱 3국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국채 부도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인 CDS(신용부도스와프) 상품을 사라고 권고했다. 동유럽에 위기가 발생하면 CDS프리미엄(가산금리)이 급등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작년 초만 해도 라트비아 국채 1000만유로가 부도날 것에 대비한 보험료는 12만7000유로 수준이었다. 이 보험료는 지난해 말 80만유로로 뛰었고,최근엔 92만8000유로까지 치솟아 100만유로에 근접했다. 작년 초 라트비아의 CDS를 샀다면 7배가 넘는 수익을 남겼다는 얘기다. 이 덕택에 피보트캐피털은 금융위기 한파로 헤지펀드 최악의 해로 기록된 지난해 순자산을 52%나 늘리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