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국민투표 승리 영향..좌파정권 확산 가능성

볼리비아 정치권에서 벌써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EFE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은 향후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위한 개헌 가능성을 놓고 내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물론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15일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에 대한 연임제한 철폐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이 통과된데 따른 것이다.

MAS 소속 호르헤 실바 의원은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연임 허용에 관해 볼리비아 국민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를 놓고 연구 중"이라고 말해 연임제한 철폐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는 하나의 가능성이며, 대통령의 개인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MAS는 지난 2007년 제헌의회를 구성할 당시 사회주의 개헌안에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포함시켰었다.

그러나 이후 보수우파 야권과의 정치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시도가 무산됐으며, 지난달 25일 국민투표를 통과하고 지난 7일 공포된 개헌안에서도 정ㆍ부통령의 재선만 허용됐다.

이에 따라 모랄레스 대통령은 오는 12월 6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5년 임기를 마친 뒤에는 2014년 말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한다.

MAS는 그러나 베네수엘라 국민투표 결과 2012년 말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3선 시도가 가능해진 사실에 또 한번의 개헌 유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감지되면서 볼리비아 보수우파 야권 정당연합체인 민주ㆍ사회적 힘(Podemos)은 즉각 MAS의 개헌 시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Podemos 소속 베르나르도 몬테네그로 의원은 "개헌안에 수정을 가하려는 시도는 전체주의 국가로 가겠다는 것으로, 국민이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Podemos를 이끌고 있는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2001~2002년 집권)도 "차베스는 영구집권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전제국가로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MAS가 베네수엘라를 본떠 연임제한 철폐 논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남미 좌파의 선두주자인 차베스 대통령이 장기집권의 길을 터놓은 이상 모랄레스 대통령이나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등이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