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략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 및 파키스탄 특사가 '현실적 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파키스탄 일간 '더 뉴스'에 따르면 남아시아를 방문중인 홀브룩 특사는 아프간 방문에 앞서 파키스탄에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를 만나 '테러와 전쟁'의 의미와 미국의 정책변화 가능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홀브룩 특사는 파키스탄이 직면한 문제들을 염두에 둔 '현실적인 정책(realistic policy)'을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홀브룩 특사는 미국의 파키스탄.아프간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 정부가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추면서 테러 대응을 위한 '합동 팀(Joint team)'을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홀브룩 특사가 언급한 '현실적인 정책'이나 '합동 팀'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취임 후 첫 관할지역 방문 일정이 아직 채 끝나지도 않은데다, 뭄바이 테러 이후 남아시아 테러전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와의 협의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과 맞서고 있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정부의 기반이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뚜렷한 정책 부재속에 무리한 군사행동으로 관련국 정부는 물론 국민들과의 불화를 키워온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대테러 동맹의 세력약화로 나타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아프간 전쟁이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무턱대고 병력증강만 할 수는 없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기본적인 판단인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 판짜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첫 방문지인 파키스탄에서 실권자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과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 아시파크 페르베즈 키아니 참모총장 뿐만 아니라, 샤리프 전 총리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과도 긴밀하게 접촉하며 의견을 청취한 이유가 바로 현실적인 정책을 채택하기 위한 사전검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또 갈수록 악화하는 아프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테러세력의 은신처로 변해가는 파키스탄은 물론 뭄바이 테러 이후 피해의식이 커진 인도 등 주변국들을 대테러 공동전선에 적극 동참토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