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투표소 `소란'..악천후에도 투표율 상승

10일 폭우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 이스라엘 총선 투표는 아랍계 거주지역에서 우파 정치인의 선거감독에 불만을 품은 아랍계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사태 등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집권 카디마당의 대표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뒤 "승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궂은 날씨에도 꼭 투표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보수야당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 대표도 예루살렘의 집 근처 투표소를 찾아 "국민이 변화를 원하고 있고, 오늘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며 "새로운 길을 원하는 국민은 리쿠드당과 내 주위에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당수는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 내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뒤 폭우가 자신의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에 밀려 4위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노동당의 당수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도 텔아비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고서 자신의 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말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각) 현재 투표율은 2006년 총선의 같은 시간대보다 3%포인트 높은 34%를 기록했다고 이스라엘 중앙선관위가 밝혔다.

이날 밤 10시에 끝나는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69%에 이를 것이라고 일간 하레츠는 예상했다.

지난 총선의 투표율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낮은 63.5%였다.

이스라엘 북부의 아랍계 거주지역인 움 알-파흠의 한 투표소에서는 이날 투표감독을 나온 우파 정치인 아리예 엘다드 의원(국민연합)에게 퇴장을 촉구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군 라디오 방송은 경찰이 엘다드 의원을 호위해 투표장을 빠져나오자 시위대가 경찰차를 향해 돌을 집어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의 한 투표소에서는 여성 유권자가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에 기표된 위조 투표용지들을 몰래 투표함에 넣으려다가 체포됐고, 예루살렘의 다른 지역에서는 카디마당과 노동당의 지지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투표방해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과 이스라엘 간의 모든 통과소를 폐쇄했으며, 9천여 투표소 주변에 경찰과 경비요원 2만3천여명을 배치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