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팔이 부러졌을 때 사용했던 석고 붕대가 1만8천500달러(약 1천350만원)에 팔렸다.

뉴질랜드 언론은 지난달 17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 연설을 한 뒤 연단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오른쪽 팔이 두 군데나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던 키 총리의 석고 붕대가 뉴질랜드 온라인 경매에 나와 1만8천500달러를 제시한 가네시 체리언이라는 사업가에게 넘어갔다고 밝혔다.

석고 붕대를 판 돈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 시력상실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레드 홀로우즈 재단에 기부돼 솔로몬군도 사업에 사용되게 되는데 키 총리는 자신의 석고 붕대를 산 체리언과 차도 한 잔 함께 할 예정이다.

키 총리가 3주 동안 오른팔에 붙이고 다녔던 청색 석고 붕대에는 팔이 부러진 뒤 태평양 국가 지도자 회의에 참석했을 때 케빈 러드 호주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 국가 지도자들이 쾌유를 빌며 한 사인들도 새겨져 있다.

경매에서 석고 붕대를 사들인 체리언은 경매에 참여하는 데 처음에는 아내가 반대했다면서 "그러나 상황을 설명하며 아내를 설득해 경매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에 뛰어들긴 했지만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가 하는 사업의 고객들 중에 태평양 도서국가 출신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솔로몬 군도 주민들을 위해 돈이 쓰인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깁스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나는 우리들이 매우 운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산 깁스를 누군가 다시 사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그 돈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 총리는 자신의 석고 붕대가 잘 보존돼 있다며 "금고 속에 놔두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상태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프레드 홀로우즈 재단은 솔로몬군도 오지에 두 차례 안과 의사팀을 보내 440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눈을 검사하고 100명에 대해서는 시력회복 수술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