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기사당(CSU)이 미하엘 그로스 독일 경제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후임자도 내정됐다고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AFP 통신은 기사당 소식통들을 인용, 메르켈 총리와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가 그로스 장관의 퇴진에 합의했다면서 수일내에 후임자를 물색해 사표를 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기사당의 텃밭인 바이에른 주의 지역 일간지 '아벤트차이퉁'은 제호퍼 당수가 칼-테오도르 쿠텐베르크 기사당 사무총장을 차기 경제장관으로 내정했으며 메르켈 총리가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로스 장관은 전날 제호퍼 당수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편지를 보낸 데 이어 메르켈 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를 통보했다.

기민(CDU)/기사당 연합과 사민당(SPD)의 대연정이 출범한 2005년 11월부터 경제부를 이끌어온 그로스 장관은 제호퍼 당수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해 9월 바이에른 주선거에서 기사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과 관련, "그 어느 때보다 혁신과 창의력, 신뢰가 필요한 시기"라면서 "기사당의 혁신을 위해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바이에른 주총리를 겸하고 있는 제호퍼 당수는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로스 장관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있다"면서 사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내각으로 혼란과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그로스가 더이상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연정 참여 정당들은 자당 몫의 각료직에 대해 인사추천권이 있으며 이 같은 권한은 사실상 임명권으로 간주되고 있다.

구텐베르크 사무총장은 2002년 연방 하원에 진출, 기사당의 군축.무기통제 담당 대변인을 지냈으며 지난해 9월 바이에른 주선거 후 취임한 제호퍼 당수에 의해 전격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다.

1970년 기사당에 입당한 그로스 장관은 1976년 의회에 진출했으며 입각 전에는 기사당 하원 원내의장을 맡았었다.

그로스 장관은 취임 후 독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등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를 탄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당 노선에 따라 대체로 보수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사민당 소속 각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특히 경제위기 과정에서 사민당 소속인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메르켈 총리와는 감세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로스 장관의 감세 주장을 계속 무시하다가 결국 최근 2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감세 대책을 포함시켰으나 그 이후로 그로스 장관은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편한 동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연정의 혼란상이 노출됐다면서 특히 그로스 장관이 연정 내 기사당의 위상 하락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9월 총선 후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해체하고 자민당(FDP)과 보수 연정을 꾸릴 계획인 메르켈 총리로서는 자매정당인 기사당의 협조가 꼭 필요한데도 정치적으로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dpa 통신은 기사당 소식통을 인용, 그로스 장관이 제호퍼 당수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 사의 표명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
대연정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각료직에서 물러난 인사는 2007년 11월 프란츠 뮌터페링 당시 노동부장관(현 사민당 당수), 2008년 10월 제호퍼 당시 농업장관 등 2명이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