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과 방만한 경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미국 월가 금융사들이 호화 행사를 취소하고 전용기를 매각키로 하는 등 일제히 몸을 낮추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무책임의 극치'라며 세금이 투입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50만달러로 제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단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골드만삭스가 3월2~4일 마이애미 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연례 헤지펀드 컨퍼런스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소비 행태에 대한 세간의 감시가 시퍼런 상황에서 화려한 행사를 강행할 경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대신 이 행사를 같은 기간 뉴욕에서 열기로 했다.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웰스파고도 라스베이거스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 은행은 6일부터 12일까지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과 앙코르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업 부문 고위 임직원을 위한 연례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7대의 전용기 중 3대를 매각할 계획이다. BOA는 메릴린치와의 합병으로 갖게 된 헬리콥터 1대도 처분하고,뉴욕에 있는 아파트 2채 중 1채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씨티그룹도 5000만달러 상당의 호화 제트기를 구입하려고 시도했다가 비판이 빗발치자 취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구제금융을 받은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정부의 경영진 연봉 및 퇴직 보너스 제한 조치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데이비드 비니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크레디트스위스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구제금융 지원에 규제가 따른다면 여기에서 벗어나 우리가 옳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정부 지원금을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전날 "월가의 보수체계에 대해 일률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유럽 투자은행 임직원들도 구제금융 지원 여부에 관계없이 보너스의 절반가량을 삭감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