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슐 파문에 "내가 망쳤다.호되게 벌받고 싶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어떤 실수도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달랐다.

취임한 지 불과 14일 만인 3일 사과를 했다.

탈세 논란으로 사퇴한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때문이었다.

"내가 망쳤다"(CBS 인터뷰), "내 생각에는 내가 망쳤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CNN 인터뷰), "내가 이 상황에서 실수했냐고요? 물론이다. 그리고 나는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NBC 인터뷰)

한번 시작한 사과는 멈추지 않았다.

평소 평정심과 자신감 그 자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었지만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4일 인터넷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대슐 장관건을 '오바마 브랜드'에 대한 진정한 위협으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개 방송사와의 연속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호되게 벌받고 싶다"면서 자신에게 채찍을 가했다.

또 "스스로 초래한 손해"라면서 이 문제를 고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는 "내가 망쳤다고 말하기 위해 나왔다"까지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자신과 우리 팀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며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신에 대한 채찍질은 이어졌다.

"이 실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폭스뉴스 인터뷰), "좌절감이 드는 일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CBS 인터뷰)이라는 말도 했다.

CNN 인터뷰에서는 좀 더 나아갔다.

"나는 워싱턴을 변화하고 정치를 뒤집겠다고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과 매일 일하고 세금을 내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중 기준이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민들에게 던져주고 싶지 않다"고 유감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사과를 했지만 지명자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 등은 부인했다.

폴리티코는 미국이 '이중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금 문제가 불거졌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임명 철회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가이트너 장관의 3만4천달러에 달하는 세금 불성실 납부 문제는 더 이상 적절한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시에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을 고치겠다고 함에 따라 성급한 공직 지명 사례가 줄어들지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