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벌써 보름째이지만 아직도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리 혐의로 장관 내정자들이 잇달아 낙마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초기 국정 운영은 그만큼 차질을 빚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자들의 탈세 문제를 검증하지 못하고 일부 감싸기까지 한 데 대해 급기야 "내 실수였다,내가 망쳐버렸다"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오바마 "내 실수였다"…대슐 보건장관 지명 철회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으로 통하는 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는 14만달러에 달하는 탈세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3일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상원 인준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못했다. 그는 "의회와 국민의 완전한 신뢰 없이는 국가 의료 개혁을 추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나는 그럴 만한 지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26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상원 원내대표를 맡기도 했던 대슐은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약간의 세금 문제가 있지만 대슐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했으나 "슬프고 유감스럽다"며 그의 지명을 철회했다. 상원 심의에 들어간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읍참마속'의 길을 택한 셈이다.

대슐에 앞서 수시간 전에는 낸시 킬퍼 백악관 최고성과관리책임자(CPO) 내정자가 역시 탈세 혐의로 물러났다. 킬퍼는 1995년 고용한 가정부에게 실업보상세를 지급하지 않아 그의 주택이 946달러의 압류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써 장관 및 고위직 자리에 공식 임명되기 전에 사퇴한 후보는 기업유착 의혹으로 물러난 빌 리처드슨 후보를 포함,모두 3명으로 늘었다. 이들 후보들의 세금 문제가 불거진 것도 세 번째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세금 불성실 신고 탓에 인사청문회가 일주일 지연된 바 있다.

오바마는 최고의 도덕성을 내걸고 당선된 데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국민들의 희생 동참과 책임감을 요구했다. 그는 대슐이 사퇴하고서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권력 있는 사람과 일반인을 구분하는 이중의 납세 기준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날 저드 그레그 뉴햄프셔주 연방 상원의원은 상무장관 후보를 수락했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60석(현재 58석)을 차지해 슈퍼 다수당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상원의원 후임에 공화당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수용됐기 때문이다. 에릭 홀더 첫 흑인 법무장관은 최종 인준을 통과했다.

오바마는 외교 분야에서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준비로 오바마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 기술로 만든 첫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란의 우주로켓 발사 기술은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로부터 20억달러 이상을 지원받는 대가로 자국 내 미군기지를 폐쇄하기로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