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관행 청산' 호언 불구 각료들 윤리 시비 이어져

취임 일성으로 공직 사회의 변화를 천명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윤리 정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공직자 윤리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로비스트들이 백악관 근처에 발도 못 붙이도록 해 '회전문 인사'를 일소하겠다던 그동안의 호언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급 각료들이 과거 '부적절한 처신'을 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관료들의 '탈세 의혹'이다.

새 정부의 '경제 수장'인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탈세 문제로 인준 과정에서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는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의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대슐 지명자가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책인 레오 힌더스가 제공한 리무진을 사용하며 얻은 이익(12만8천달러 상당)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가 상원 인준청문회를 앞둔 2일에야 이자를 포함한 미납액 전액을 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로비스트와의 전쟁'을 무색하게 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7월까지 미국 5대 군수업체 중 하나인 레이티온사(社)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윌리엄 린이 국방부 부장관에 지명된 데 이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 4월까지 골드만삭스의 로비스트로 활동해 온 마크 패터슨이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비서실장에 내정된 것이다.

또 윌리엄 코어 보건복지부 부장관 내정자와 데이비드 헤이즈 내무부 부장관도 각각 시민단체 '아이들에게 담배없는 세상을(Tobacco-Free Kids)'과 '샌디에이고 전력(SDG&E)'에서 로비스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최근 2년 이내에 업무 관련 로비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능력과 경험'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앤디 오스트로이라는 이름의 블로거는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에 쓴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 달에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법을 어겨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진보 잡지인 '더 네이션'의 카트리나 반덴 호이벨 편집장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대선 승리로 이끌었던 '변화'라는 브랜드를 살리려면 대슐 지명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모임'의 멜라니 슬로언 사무총장은 그동안 공직 윤리를 강조해 국민들의 기대감을 키워 온 오바마 대통령이 측근의 과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믿어온 '변화'가 사실은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치인들에게 회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