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혼란 확산..정부 붕괴 위기

그리스에서 작년말 한 달 간 계속된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 이어 이번에는 농민들의 고속도로 점거 시위와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파업까지 가세, 정국 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28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 폭락에 항의하는 수천명의 농민들은 이날도 트럭과 트랙터 등을 앞세워 그리스 중북부 지역의 고속도로 60곳과 불가리아, 터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 4개 인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채 정부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흘 째 계속했다.

그리스 정부는 전날 5억 유로(8천900억여원) 상당의 농가 지원을 제안했으나 농민들은 50%에 달하는 가격 폭락을 상쇄하기에는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세금 환급, 보조금 및 연금 인상, 무이자 대출 등 추가 보상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의 제안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멈추기 위한 아스피린을 주는 격으로, 농가의 분노만 키우고 있다"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부 불가리아 농민들은 이날 국경을 넘어 연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국은 그러나 일부 지역 농민들이 10여곳에서 시위를 중단하고 바리케이드를 치우는 등 시위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라며, 더는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부문 연합노조인 'ADEDY'는 이날 정부의 연금 및 의료개혁에 반대하고 농민 시위에 동조하기 위해 시위와 함께 3시간 동안 일제 파업을 벌였다.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이날 국영 올림픽 항공사 등 국제선 16편의 운항이 취소됐으며, 아테네 등 대도시의 버스와 지하철 운행도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여기에 아테네 도심에서는 이날 수백명의 무정부주의자들이 경찰과 충돌, 작년 12월부터 계속되다가 최근 잠잠해진 반정부 폭력시위도 재발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무정부주의자들의 반정부 시위에 이어 극좌단체의 경찰관 공격, 농민 시위, 공공단체 파업 등 꼬리를 잇는 정국 불안이 가뜩이나 어려운 그리스 경제를 더욱 악화시켜 결국 집권 신민주당(ND) 정부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2%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수 우파인 신민주당(ND) 정부는 2007년 여름 대형 산불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으로 그해 9월 총선에서 야당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았지만 집권 4년간 경제적 성공을 배경으로 가까스로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집권 2기 들어 계속된 부패와 내분, 시위, 파업으로 국민 지지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