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을 앞두고 한때 무성했던 종말론의 기억이 이젠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2012년이 다가오면서 유사한 소동이 재연될 전망이다.

27일 CNN인터넷판에 따르면 2012년에 최후의 날이 오리라는 예언을 담은 수십권의 서적이 시중에 나도는가 하면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웹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
이들이 주장하는 종말의 시기는 2012년 12월31일. 일부에서는 12월 23일이 정확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재앙을 점치는 근거는 고대 마야력(歷).
천문학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마야인들이 남긴 장주기(長週期) 달력은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을 원년으로 시작하고 있고 마지막 날은 5천2126년 뒤인 기원후 2012년의 12월 21일에 멈춰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마야인들이 왜 21012년을 종말의 시기로 선택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2012년 12월 21일은 동지이며 태양이 은하계의 정중앙에 진입하는 시기라고 설명하면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몰려온다.

인터넷의 검색 엔진에 '2012'를 치면 지구의 최후를 내다보는 각종 예언, 그리고 생존전략을 소개하는 글들이 부지기수로 튀어나온다.

일부 사이트는 '2102지구 종말', '운명의 날 2012'라는 글자가 새겨진 T셔츠도 선보이고 있다.

종말이 어떤 식으로 올 것인지를 설명하는 이론도 분분하다.

태양풍이 예기치 않게 확장돼 대규모의 화산 폭발을 일으킨다거나 지구의 축이 역전한다는 등의 해석이 대표적인 것들.
할리우드에서는 시류에 잽싸게 편승해 '2012'라는 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

존 쿠색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012'의 예고편은 히말라야의 한 승려가 종탑을 내달리는 가운데 높은 산봉우리들에 거대한 물의 벽이 덮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야 문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주류 학자들은 이런 식의 종말론에 고개를 흔들고 있다.

텍사스 대학 메소아메리카 센터의 소장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내가 보기엔 한심스러울 뿐"이라면서 "마야인들이 2012년에 의미 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는 주장에 무게를 두는 양식 있는 학자는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웹사이트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질의응답 코너를 운영하는 천문학자 데이비드 모리슨은 2012년에 종말이 올 것이냐고 묻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35년간 마야 문명을 연구한 콜게이트 대학의 앤터시 에이브니 교수는 종말론 서적들이 "희박한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상 날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이브니 교수와 스튜어트 교수는 마야력을 설명하는 저서들을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흥미 본위의 서적들이 너무 많이 나와 과연 독자들이 이 저서에 관심을 기울일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2012년에 관한 서적은 이미 수십종이 출간됐고 앞으로 더욱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묵시록 2012'라는 책을 쓴 로런스 조지프는 자연재난의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면서도 종말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책의 타이틀이 공포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동감한다면서도 출판사측이 정한 것일 뿐이며 자신은 다가올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집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프는 2012년은 매우 극적인 변혁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2년 '관련서를 펴낸 또 다른 작가 존 메이커 젠킨스는 종말론적 접근은 어처구니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학으로 마야문명을 연구했다고 소개한 그는 "유행을 따르는 종말론자들은 아는 것이 모자라는 기회주의자, 걱정꾸러기들로, 2012년이 되면 다른 길로 갈아탈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젠킨스는 마야력의 장주기가 2012년에서 끝나는 것은 마야인들에게는 파멸이 아니라, 변화와 재생을 가리키는 것이었다면서 "2천년 전 마야인들은 태양이 은하계의 정중앙에 자리 잡을 때 이 세상이 큰 변혁을 맞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브니 교수는 1950년 이전에는 은하계의 중심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마야인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말론 소동은 마야인들에게 현대의 옷을 입히려는 수작으로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