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국유화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가능성을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얘기가 흘러나오는 정도입니다.정권이 바뀐 만큼 새로운 구제금융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금융시스템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래야 민간에 돈이 흘러가고 곤두박질치는 경제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문제는 지원 방법인데요.작년 11월 처럼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행에 자본을 투입할 수도 있고 은행이 보유중인 악성 부실 자산을 사주는 방법도 있습니다.그런데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구제금융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부실 자산에 대한 부담 때문에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안이 급부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부실 자산의 매입가격은 기본적으로 공정한 시장 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실 자산에 시장 가격을 적용하면 일부 은행은 자본 잠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그렇게 되면 은행 주식 가치는 휴지조각 이 되겠지요.일부 은행 주가가 올들어 반토막난 것도 이런 공포와 무관치 않습니다.물론 은행 실적전망에 대한 불안감도 은행주 투매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 국유화는 최악의 상황에서나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금융 산업의 효율을 떨어트릴 수 있는데다 민간의 자본 투자를 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준 승인을 받은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 내정자도 은행의 국유화에 대해 “경제를 위해 금융시스템은 민간으로 남아있는 것이 최선이다”며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길 수 있는 포괄적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습니다.그때까지는 은행 주에 대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 내정자는 먼저 7000억달러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운용도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시장에 경기 회복을 위한 신용이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들에게 대출 확대 실적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하지만 뉴욕 연방은행 총재로서 구제금융 작업을 주도한 가이트너는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주도한 1차 금융구제책이 없었더라면 금융시장은 훨씬 악화됐을 것이라며 기존의 정책 자체는 옹호했습니다.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의회의 신속한 경기부양책 승인이 현 경제 위기에 대한 최선의 대책이 될 것”이라며 의회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자신이 장관에 취임하면 ‘강력하고(strength) 빠르고(speed) 세심한(care)’ 조치를 취해 미국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 달러의 신뢰가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이와 관련 가이트너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이같은 행태를 바꾸기 위해 외교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아울러 “미국과 중국은 내수 증진을 위한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수출 주도의 중국 경제 정책이 세계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자신의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주의했으며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실수였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사과했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