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영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많이 죽은 것은 구명보트를 기다리며 얌전히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 기술대학의 행태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새비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재난사고를 연구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BBC, 인디펜던트 등 영국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그 당시 영국인들은 `신사다운' 경향을 띤 반면 미국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다는 것.
미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생존율이 8.5% 더 높은 반면 영국인들은 7%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구명보트와 멀리 떨어진 3등실에 탑승한 미국인이 매우 적었고 영국인들이 매우 예의 바르고 줄을 잘 서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1천500명이 숨진 당시 사고에서 어린이와 동행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생존 확률이 70%가량 더 높았다.

사고 뒤 증언을 종합하면 남편들은 아내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웠고 심지어 한 부유한 남성은 아내를 구명보트에 태운 뒤 배로 돌아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턱시도를 차려입고 돌아와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연구팀은 "그때 그 신사는 `이왕 죽을 바에야 신사답게 잘 차려입고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배가 가라앉을 때 선장인 에드워드 존 스미스는 우왕좌왕하는 승객들에게 "영국인답게 점잖게 행동하라"고 외쳐대기도 했다.

연구팀은 "여성과 어린이를 우선시 하는 사회적 규범은 영국문화에서 매우 강하다"며 "그러나 타이타닉호에 탔던 미국인들이 뻔뻔스럽고 무례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