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문건.."기자 통화내역조회는 알권리 침해"

검찰과 경찰이 국방부 '감사처분 요구서'를 보도한 기자들의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할 뿐 아니라 언론의 취재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의 감사처분요구서는 '기밀'로 분류된 서류가 아니라 단지 자체적으로 '비공개'로 규정한 문건인데다 이 문건의 외부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국방부 직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휴대전화 내역 조사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2일 국방부와 경찰에 따르면 검.경은 작년 6월 국방부의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이하 사업단)에 대한 감사처분 요구서를 보도한 국방부 전.현 출입기자 2명의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있다.

작년 6월18일 국방부조사본부가 당시 사업단의 부단장인 C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사안을 보도한 국방부 현 출입기자 A씨와 당시 출입기자 B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당시 C씨가 이 문건을 언론에 유출했는지를 조사했으나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C씨가 전역,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자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씨가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문건은 '미군기지 이전사업비가 1조원 가량 더 늘어나는데 반환부지의 용도변경과 매각전망이 불투명해 최대 2조6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문건에 적힌 내용이 국가안보에 저촉되거나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 이 문건을 기사화한 기자의 행위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 당할 만큼 심대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먼저, 국방부 감사처분 요구서는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문건은 1,2,3급 기밀 등으로 분류된 문서가 아니다"면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 문건으로 분류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을 생산한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자의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문서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군 수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문건에 적힌 내용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를 자세히 검토한 다음에 통화내역 조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문건에 적힌 내용만으로는 군사기밀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생산부서에서 비공개 문건으로 분류한 것이 누구에 의해 외부에 새어나갔는지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군사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문건을 기사화한 행위가 통화내역을 조회 당할 만큼 엄중한 사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군 수사기관에서도 1,2,3급으로 분류된 '군사기밀'의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입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군사기밀' 또는 '대외비'라는 문구가 찍힌 문건을 제외하고는 '비공개' 또는 '대외비' 등으로 분류된 문건을 보도하는 행위는 군사기밀보호법으로 다루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수한 상황 때문에 군 당국에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될 수 있으면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것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오고 있다.

군 검찰 관계자는 "군사기밀에 저촉되려면 그 내용이 예를 들어 사단급 부대 이상의 편제라든지, 무기체계의 구체적인 재원 등 실질적으로 중시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특히 비밀 표시가 있어야 성립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발된 당사자도 아닌 기자들의 휴대전화까지 뒤지는 것은 수사당국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태진 변호사는 "취재원 보호는 언론자유의 핵심기재인데 기자까지 휴대전화를 조회하는 것은 언론 취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