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대화..아프간 기여압박 예상"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관련, 앞으로 북미관계와 한미관계 등에 적잖은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문제에서는 조지 부시 행정부와 달리 북.미 고위급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의 축을 이루는 인사들의 성향으로 미뤄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대북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도 부시 행정부 때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번에 대미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우리 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데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으로 미뤄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대북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

앞선 부시 행정부에서 북.미 양자 대화가 차관보급에 그쳤다면 이제는 고위급 대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대북 특사파견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외관계에는 중동 사태에 우선순위가 놓일 것으로 보이나 민주당 행정부가 과거 중동 사태 때문에 한반도 문제의 해결기회를 놓친 적이 있는 만큼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북한도 민주당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목표가 부시 행정부 때처럼 복합적이지 않다는 데 기대를 건다.

부시 행정부 때는 비핵화뿐 아니라 미사일방어(MD)와 북한정권 교체를 목표로 설정했다면 이번에는 비핵화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관계는 보수.진보 정권 간에 엇박자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나쁠 이유가 없다.

다만, 북핵 해결을 둘러싸고 한국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거나, 창의적 방안을 내지 않은 채 방관자에 머물려 할 경우 갈등의 가능성은 있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나 북한도 북미관계를 고려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완전한 파국으로 몰고 가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한미관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봐서는 안 되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 보좌관 내정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의 역할과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이 아프간에 상징적으로 기여하길 요구할 것이다.

특히 한미관계를 일본과 호주 등 다른 나라 동맹관계 틀 속에서 접근할 것으로 본다.

한.미, 미.일, 미.호 등 양자관계의 네트워크를 중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문제에는 북.미 고위급 대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를 포함하는 쪽으로 양보하면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군사문제는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등 부시 행정부에서 추진됐던 기조와 연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간 직접대화가 본격화되면 북측이 핵 문제는 물론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 군사력 감축을 제안할 개연성이 충분하고 이때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검토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확산'이란 미국의 핵심안보정책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이 고위급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문제의 정책기조는 '제3기 클린턴 행정부'와 같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비록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가져 비핵화를 이루는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지만 부시 행정부와는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북문제에 접근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큰 변화를 시도할 조짐이 없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병행발전하지 못하면 북한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에 있어 고위급회담 등 부시 행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도 2012년께 강성대국을 이루겠다고 천명하고 있고 그간 강경일변도의 부시 행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

미국은 앞으로 동맹관계에 근거해서 국제질서를 주도하기보다는 사안별로 필요한 국가들과 협력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우리도 한미동맹에만 집착한다면 동맹비용 증대 압박에 놓일 수 있다.

전략동맹 비전을 선포하는 문제도 서두르기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군사문제에는 기존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를 개선해 안보부담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조준형 기자 threek@yna.co.kr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