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2일간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각각 휴전을 선언하며 발표한 첫 일성은 `우리는 승리했다'는 것이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7일 휴전 선언 당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기가 극히 어려워졌다"며 "전쟁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행정부의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도 다음날인 18일 "신은 팔레스타인인을 위해 위대한 승리를 허락했다"며 "적들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맞받아쳤다.

과연 그들은 승리했을까.

적지 않은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전쟁에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통해 하마스의 로켓 전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데다 주변 아랍 위협국들에 이스라엘의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승자의 자격이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휴전 선언 직후에도 최소 8발 이상의 로켓탄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등 하마스 로켓 공격이 휴전 이후에도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스라엘을 진정한 승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또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 속 인물처럼 현재 적진에 포로로 잡혀 있는 길라드 샬리트 상병의 신병 인도에 대한 해결책을 얻지 못한 채 작전을 마무리해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이와 함께 유엔의 잇단 휴전 촉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엔학교 등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감행, 국제사회의 인심을 잃게 된 것까지 고려하면 이스라엘은 `이겼지만 졌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실정이다.

하마스의 경우를 보면 3주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궤멸되지 않고 조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패자로 단언할 순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하마스나 온건파 파타당이나 이들의 지향점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인데 이번 사태로 이 목표의 달성이 더욱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학술협회 창립자인 마흐디 압둘-하디는 AFP통신을 통해 "이번 사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가 문제가 아닌 난민 문제로만 간주하던 수십년 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스라엘측 사상자가 20여명에 불과한 반면 팔레스타인 사상자는 6천여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하마스가 승리라는 단어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치 평론가 알둘-하디는 "이스라엘은 평화에 대한 희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작전을 마무리했고 하마스는 폐허가 된 가자지구와 대규모 인명피해를 떠안게 됐다"며 "결국에 승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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