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을 계기로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보수적인 미 백인 기독교 청년세대의 이념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19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1981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난 더그 폴은 백인 기독교 보수층 집안에서 성장하며 성서가 가르치는 가족과 생활 이념을 배워 온 미국 내 전형적인 청년 보수 세대로 불려 왔다.

폴은 보수적인 색채의 공화당 `골수' 당원인 부모를 따라 매일같이 교회를 다녔고 식사때는 항상 성경의 구절을 외워 온 청년 보수층의 `모범생'이었지만 오바마의 등장으로 자신이 최선으로 믿어 온 이념의 방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고교에 들어갈 때까지 팝송을 듣는 일조차 드물었던 폴은 지난 대선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유산 및 동성애 문제를 놓고 이념적 갈등을 겪게 됐고 오바마에게 지지표를 던지며 부모의 `가르침'을 배신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폴은 기독교 보수층이 반대하는 유산이란 문제가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지, 동성애가 두 사람 간의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는지를 놓고 지금껏 자신이 가져온 관념에 배치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뉴스위크는 폴과 같은 미국 내 보수적인 백인 청년 복음주의자 세대에 속하는 `여호수아 세대'들이 기존의 이념 성향을 접은 채 오바마에게 대거 지지표를 던진 것이 젊은 백인 보수층의 이념적 대변혁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18~29세 사이의 백인 기독교 세대 중 3분의 1가량이 오바마를 지지했고 이는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대선 후보에게 16%만이 지지표를 던졌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표 비중 3분의 1이 대다수라고 볼 순 없지만 이들의 조부모 세대는 4분의 1 정도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대선 결과에 근거하면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미국 내 기독교 보수층이 우편향에서 좌편향으로 약간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 전체 기독교 보수층 가운데 24%가량이 오바마를 지지했고 2004년에 21%가량이 존 케리에게 지지표를 던진 데 비하면 다소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 청년층은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달라진 것과 더불어 유산이나 동성애 결혼 등의 사회적 이슈에서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는 더욱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뉴스위크는 "기독교적 이념에 충실해 온 백인 보수층 집안의 청년 세대들이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내면적 갈등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며 "미 공화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복음주의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