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가스 분쟁 종식에 합의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만큼은 약속을 지켜 10여 일 가까이 가스 공급 재개에 목을 매는 유럽 국가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양국은 유럽연합(EU)과 공동 서명한 의정서에 따라 가스 공급 재개를 약속했지만, 러시아산 가스가 끝내 유럽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밤늦게 모스크바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율리아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수 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이 끝나고 19일 가스수송 협정에 서명할 것이고 이후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은 사실 양국 총리 회동에 앞서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제 가스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양측의 합의에 도달하려면 수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으로 유럽 국가들도 `뜻밖'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정쟁(政爭)을 벌이는 티모셴코 총리가 과연 가스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는지가 관심거리였다.

양국이 합의에 이르더라도 유셴코 대통령이 이를 문제 삼는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날 정상회담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티모셴코 총리가 협상 전권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과 견해 차이도 없다.

"라고 말하면서 안도할 수 있었다.

또 16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한 푸틴 총리가 우크라이나가 국제에너지헌장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러시아산 가스의 서방 공급을 가로막는 행위는 갈취와 같은 것으로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할 때만 해도 이번 분쟁이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러시아는 뜻밖에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분 가스 공급 가격 협상에서 한걸음 물러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이송되는 가스의 수송비 부담을 지난해 수준에서 준수한다면 우크라이나에 유럽 시장가격보다 20% 할인된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해주기로 합의했으며 2010년 1월 이후 가스 가격과 수송비 비율은 시장 가격을 토대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올해분 가스 가격으로 450달러(1천㎥)를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가스 통과료 인상과 함께 201달러를 주장,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난항을 겪어온 양국의 가스수송 협상이 타결된 것은 이번 분쟁의 `희생양'이 된 EU 측의 압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두 나라 가스 기업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뿐 아니라 이번 주 분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양국 가스 회사들이 합의문 작성에 들어간 가운데 가스 공급 재개 확약과 함께 올해분 가스 공급 가격, 우크라이나가 이번 가스 공급 재개의 걸림돌로 지적한 `기술적 가스' 문제에 대한 합의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가스'는 우크라이나가 가스공급 재개에 앞서 가스관, 펌프장 등 관련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이 가스를 러시아산 가스에서 공짜로 충당하겠다는 주장이었고 러시아는 돈을 내야 한다고 맞서 왔다.

러시아는 지난 7일 가스대금 문제를 놓고 우크라이나 관통 가스관을 이용한 유럽행 가스공급을 중단했다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EU 간 3자 합의로 가스공급을 시험 재개했지만 4시간 만에 다시 공급이 중단됐다.

러시아는 `미국 배후설'까지 거론하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가스 밸브를 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결코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교묘히 가스 운송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로를 택했다면서 다른 루트로 가스를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합의문에 서명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가스뿐 아니라 지난 1일부터 중단된 우크라이나 국내용 가스 공급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