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도 오바마 훈풍이 이어질지 관심이다. 지난 주말 코스피지수가 오바마 취임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에 성공한 데다 미국 증시 또한 금융사들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여 상승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오바마 취임으로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는 오바마 이벤트 효과보다는 간판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취임 효과' 이미 주가 반영…간판기업 실적이 관심
◆오바마 효과 기대감은 이미 반영

지난 주말 국내 증시가 전날의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 2.15%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 다우지수도 0.84% 올라 이틀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씨티그룹이 4분기 82억9000만달러 손실이라는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지수가 올라 오바마 취임에 대한 증시의 기대감을 보여줬다.

LIG투자증권이 1969년 이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10번 가운데 6번은 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일 오바마 취임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미국 주가가 올랐다"며 "이는 국내에도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취임 후 미 정부가 금융회사에 대한 발빠른 유동성 지원으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봉쇄하고 경기 회복을 위한 뉴딜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오바마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은 금융회사와 제조업체의 부실을 정부가 돈으로 메워주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오바마 취임 후 나올 정책도 이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취임 자체가 증시에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과거 경제위기 때도 새로운 대통령 취임 후 경기 부양 정책이 집행되면 그 효과가 나타나는 1~2년 후에나 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 단기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업 실적 악화 수준이 변수

오바마 취임식이 끝나면 국내 증시의 관심은 대표 기업들의 4분기 실적으로 넘어가게 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 간판 기업들이 이번 주 후반 줄줄이 실적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상당히 낮춰놨지만 실제 실적이 이보다 낮을 경우 또 한 차례 증시의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23일 발표되는 삼성전자 실적에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실적 전망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애널리스트도 많은 실정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순이익은 해외 법인 실적에 크게 좌우되는데 해외에서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LCD)의 실적 부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실적전망치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이 6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초과이익분배금(PS)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할 경우 영업손실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4분기에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오는 22일께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차의 4분기 실적은 올 들어 매주 600억원씩 낮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이달 2일 8666억원에서 15일엔 7436억원으로 줄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4분기 원 · 달러 환율이 3분기 말보다 28% 상승함에 따라 수출 마진이 상승해 영업이익은 61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국내외 마케팅 비용과 해외 자회사 지원,판매보전 충당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대표 수출업체는 모두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올 1분기에는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최근 보름 사이에 평균 1223억원에서 2931억원으로 늘었다. 아직 삼성전자 실적 조정을 하지 않은 증권사가 상당수임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폭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도 작년 1분기에 비해 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실적은 2분기를 넘어 3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2분기가 지나야 유동성 랠리와 함께 주식시장이 기지개를 켤 수 있다"며 "바닥 확인 때까지 본격적인 증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김용준/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