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금융사들이 케이맨제도를 포함한 해외 조세회피처(tax haven)에 자회사를 운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의회 소속의 감사기구인 회계감사원(GAO)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미국 100대 대기업 중 83개사가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7일 밝혔다. 조세회피처 이용이 합법적이지만 이 가운데는 보잉 캐터필러 등 미국 정부에서 사업계약을 따내는 업체들과 골드만삭스 BOA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아멕스 등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14개사가 포함됐다.

씨티그룹의 경우 룩셈부르크에 91개,케이맨제도에 90개,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5개 등 모두 427개의 자회사를,모건스탠리는 케이맨제도에 158개 등 273개 자회사를 조세회피처에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민주당의 바이런 도건 의원은 "미 국민들은 이런 금융사를 지원하도록 혈세를 바친 꼴"이라며 "이들 금융사는 이익이 날 때 세금을 내기 싫어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방안을 찾았던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미 재무부는 한 해 1000억달러 정도의 세수가 조세회피처 등 해외로 유출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 의회 지도자들은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로 이익금을 보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욱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이 급증하는 추세는 둘도 없는 명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공약에서 해외 탈세 구멍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주목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정부의 세금제도를 악용하는 개인과 기업들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면서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내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