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동명부대 방문, "유엔군 통수권자인데.."

"나도 장군이라고 불러 줬으면 좋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동명부대를 찾았다.

가자 사태 평화중재차 중동 각국을 순방중인 반 총장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방으로 또 다른 긴장 요인이 되고 있는 레바논을 찾아 이곳 정치지도자들과 중동 평화 문제를 논의한 뒤, 이날 짬을 내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명부대를 방문한 것.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2차 레바논 전쟁을 중단시키면서 레바논 남부 지역의 평화 유지 활동을 위해 UNIFIL을 배치했으며, 현재 30개국에서 파병된 1만3천명의 병사들이 각 정파의 무장해제 등 평화활동과 지역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

반 총장이 타이르 디바의 동명부대에 헬기로 도착하자 도열해 있던 500여명의 부대원들은 환호를 보냈으며, 반 총장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부대장실로 안내된 반 총장은 `세계평화의 수호자, 대한민국의 긍지 동명부대원 여러분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고 방명록에 쓴 뒤 부대원들과 불고기, 잡채, 곰탕, 김치 등 한국식단으로 차려진 점심을 함께 하며 환담을 나눴다.

그는 영문연설에서 "끊임없는 위험속에서도 국제평화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유엔 평화유지군의 총사령관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고생하시는 여러분에게 농담 한마디 하겠다"며 "내 직함이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이어서 `미스터 반 또는 미스터 세크리터리 제너럴'이라고 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그냥 `미스터 세그리터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더라"며 "그런데 장군(GENERAL)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더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내가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해외 파견군을 보유하고 있는 유엔 군대의 통수권자이니 나도 장군이라고 불릴 만 하지 않느냐"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실제로 이날 반 총장의 UNIFIL 방문에는 UNIFIL 사령관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크라지아노 소장을 비롯해 유엔군 관계자들이 대거 수행해 시종일관 보좌했고, 동명부대를 떠나 이탈리아 부대를 방문했을 때는 장갑차와 무장군인을 태운 차량 20여대가 호위해 위상을 실감케 했다.

반 총장은 동명부대 베레모를 쓰고 병사들과 사진을 찍는가 하면, 식사를 마친 뒤 한국말로 "여러분들로 인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또 다시 5분여간 즉설 연설을 해 부대원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는 이동하는 차안에서 "오랜만에 불고기 반찬에 식사를 하니 참 좋았다"고 말했고, 일정이 촉박해 한 시간여만에 부대를 떠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 했다.

부대 공보과장을 맡고 있는 한영훈 소령은 "인종 전시장이나 다름 없는 이곳 UNIFIL의 총사령관이 한국인인 반기문 사무총장이어서 한국군들은 모두 어깨를 펴고 다닌다"고 말했다.

(베이루트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