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국무 등 화합형 각료.주요직 인선
경제회생에 초점..인준청문회.가자사태 등 걸림돌


작년 11월4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 이달 20일 취임식까지 버락 오바마는 77일간 당선인 신분으로 정권인수 작업에 매진해왔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가 절정에 달한 가운데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는 승리에 도취될 겨를도 없이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드림팀' 내각 인선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에너지를 쏟았다.

각료인선이 거의 마무리된 후에는 가족과 함께 하와이에서 꿀맛같은 연말휴가를 즐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한 정권인수 작업은 그러나 종반에 들어 일부 내정자의 흠결이 드러난데다 중동 사태의 악화로 외교이슈에서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음으로써 기분좋게 출발했던 77일간의 당선인 신분이 긴장된 표정으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오바마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첫 행보는 선거운동본부의 핵심인물들과 시카고 인맥을 중심으로 정권인수팀을 공식 출범시키는 것이었다.

대선 승리 이틀 후에는 람 이매뉴얼 하원의원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했다.

`람보'라는 별명의 이매뉴얼은 강성 이미지가 강하지만 백악관과 의회에 경험이 풍부하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 오바마의 첫 인선은 비교적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11월7일 첫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취임 후 경제위기 극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으며 이후 각료 인선에서도 경제팀을 가장 먼저 발표하는 등 금융위기의 타개와 경기회복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1월10일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백악관 나들이에 나섰으며 17일에는 자신과 대결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회동,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바마는 "미국의 대통령은 단 한명"이라면서 당선자 신분으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존재감을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을 극도로 삼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 티머시 가이트너를 재무장관에 내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각료 내정자 발표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대통령 모드'로 급전환, 차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연일 세일즈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각료 내정자를 소개할 때마다 오바마는 직접 TV 카메라앞에 나서 향후 국정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갖는 등 `소통'에 역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소통과정에서 오바마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1분도 허비할 수 없다", "연방예산 항목을 한 쪽 한 쪽, 한 행 한 행을 들여다 보겠다"는 등의 화법은 선명한 메시지로 각인되면서 자신의 지지자는 물론 미국민 전반에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비전을 품게 만들었으며 덩달아 그의 지지도도 급등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12월1일 민주당 예비선거 때 치열하게 경합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내정하고 부시 정권의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키는 내용의 외교안보팀 인선을 발표,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과시했다.

이후 하와이에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연말 휴가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되던 정권인수 작업은 새해들어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달 4일 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가 특정업체와의 유착 의혹으로 입각이 무산된데 이어 이어 13일에는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의 세금신고 누락 사실이 드러나 인준 청문회 일정이 연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또 정보분야에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리온 파네타를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내정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작년 11월27일 발생한 뭄바이 테러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진격 등 암울한 대외 이슈들은 오바마 당선인에게 외교적 시험대가 됐지만 오바마는 "취임 이후에는 할 말이 많겠지만 현재 미국의 정부는 하나"라면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대응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자세를 취했다.

77일간 당선인 신분인 오바마의 어깨를 짓누른 최대의 이슈는 그러나 나라밖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국 경제였다.

2007년말 시작된 경기침체는 대공황 이후 최장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8천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으로 4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욕적인 플랜을 제시, 의회에 조속한 경기부양법안 통과를 주문한 상태다.

취임 첫날부터 경제문제 해결에 매달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자신의 취임식 이전에 의회의 경기부양법안의 통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상무장관은 공석인 채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의 인준도 자신의 취임 이후로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