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단합.초당적 협력 요청..200만명 운집 예상
각료 인준 지연시 국정운영 차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제44대 미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200만명의 청중이 행사장인 워싱턴D.C.국회의사당 주변 야외공원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될 취임식에서 흑인 출신으로는 미 건국 233년만에 처음으로 국가수반에 취임하게 된다.

이로써 오바마는 77일 간의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인수받아 본격적인 국정운영에 들어간다.

오바마는 상원 청문회에서 인준을 통과한 각료들과 함께 새 정부를 이끌어나갈 계획이나, 탈세의혹 등을 받고 있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후보자 등 일부 예비각료들의 인준절차가 지연될 경우에는 순조로운 정권 출범에 차질이 예상된다.

오바마의 이번 대통령 취임은 소수인종 출신이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백악관에 처음으로 입성한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바마의 취임식은 미국 노예해방을 선언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의 해에 열리고, 공교롭게도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 다음날 치러진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번 취임식의 주제인 `새로운 자유의 탄생'은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일인 20일 오전 역대 대통령들의 관례대로 성 요한 교회에서 비공개 예배를 본 후 정오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에 취임한다.

식전행사가 늦어져 취임선서 시각이 정오를 넘기더라도 대통령 임기는 이날 낮 12시(한국시간 23일 오전2시)부터 시작된다.

미 수정헌법 20조 1항의 대통령 임기규정에는 "(이임하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는 1월 20일 정오에 종료된다"고 적시돼 있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전임 대통령 임기만료일 다음 날의 0시'로 정해 놓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떠나는 대통령에게 낮 12시까지 국가수반으로서의 헌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선서가 끝나면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취임연설을 통해 집권 원년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오바마의 취임사는 미국이 직면해 있는 최대 도전과제로 경제위기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 수행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과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또한 의료보험제도의 개혁, 질높은 교육서비스 제공, 서민들을 위한 파격적인 감세조치 등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이행에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하게 될 전망이다.

오바마는 취임식 직후 상하양원 취임식 공동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 2시30분께 의사당에서부터 백악관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까지 기념행진을 벌인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과 미셸 여사는 백악관 입성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는 워싱턴D.C. 일원에서 열리는 10개의 파티에 참석한다.

이날 취임식에는 미 전역에서 200만명의 관람객들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고 인근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까지 합하면 축하객이 4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D.C.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경호경비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제공하도록 조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